도가 깊어지면 예지도 깨어난다
부처님은 기원전 479년 겨울, 인도 바이살리 지방에 흩어져 있는 수행승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다음과 같은 유언을 했다. " 나는 지금부터 석 달 후에 입멸할 것이다. " 부처님은 그 예언대로 그로부터 3개월 후에 입적했다. 일본 막부 시대 중엽에 유명한 고승 백은 선사는 1768년 12월 7일 주치의가 맥을 짚고 "이상 없습니다"라고 진단을 내리자 다음과 같이 말하며 크게 웃었다고 한다.
"3일 후에 죽을 사람의 죽음을 예견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당신도 명의는 아니구먼"
과연 3일 후 12월 10일 여든네 살의 고승 백은 선사는 뒷일을 제자에게 맡기고 11일 새벽잠에서 깨면서 "음" 하고 대성을 내며 입적을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중국의 마오쩌둥은 죽기 10개월 전인 1975년 12월 미 국무 장관 헨리 키신저와 대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죽음을 예언했다. " 저는 곧 상제를 만나러 갑니다"
이처럼 종교인은 물론 다른 분야의 인물들도 자기 분야에 도가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예지 능력이 생길 수 있다. 심지어 하늘을 나는 새나 땅에 구멍을 파고 사는 동물들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불 것을 미리 알아 움직인다. 개미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 장마가 올 것을 예측할 수 있고, 낮은 곳으로 가면 심한 가뭄이 든다는 것을 우리는 알 수 있다.
까치가 집을 지을 때 남쪽으로 입구를 내면 북풍이 강하게 볼 것이고, 북쪽으로 입구를 내면 남풍이 강하게 불 것이라 한다. 이렇게 날 짐승이나 동물들도 예지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하물며 사람의 예지 본능이야 어떠하겠는가. 자연의 섭리는 이토록 모든 생명체에게 예시라든가 예감, 예지 본능을 부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예지 본능은 계발하면 할수록 무한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지식(매스컴)의 영향이나 학문적 성과나 정보를 통해서 어떤 예감 같은 것이 인간에게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의 예감은 이런 것들과는 무관하며 차원이 다르다.
보통 사람과 다른 선견지명이 있다
한반도는 러시아, 일본, 미국, 중국 등 강대국에 인접한 유일무이한 나라로 역사적으로 이해관계의 작용이 가장 많았던 지역이다. 4대 강국의 이해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질문하는 사람이 많다. 산중에서 수도에 전념하고 있는 처지에 맞게 세상 사람들의 관심밖에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6.25 동란이 일어나기 1년 전인 1949년, 당시 나는 오대산에서 한 말 이래로 가장 존경받던 고승 한암 스님을 모시고 수도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전까지는 한암 스님을 10년 이상 모신 상좌가 없었는데 황송하게도 나는 22년을 모셨다. 한암 스님께 가르침을 받으면서 존경하는 마음은 날로 더해 갔다.
기축년 1949년 어느 날 개미 떼가 자기들끼리 싸움을 해서 법당과 중대 뜰에 수백 마리씩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난을 예감했다. '남북 간에 큰 싸움이 벌어지겠구나!' 하늘은 하늘의 상을 보이고, 땅은 땅의 상을 보이고, 꼭 사람의 상만 보는 것이 관상이 아니다.
짐승들도 지진을 예지 하는데 하물며 그런 큰 난리는 다 미리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그동안 공부를 통하여 얻은 역학 원리로 분석해 보니 곧 난이 일어날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일단 어려운 상황을 피하자는 생각이었다. "스님, 오대산을 떠나 남행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 한암 스님께 말씀드렸다 그러나 한암 스님은 30년 이상을 살아온 오대산을 떠날 수 없다며 완강하게 거절하셨다.
당시 내 나이 서른네 살, 인생에서 가장 혈기왕성한 시기여서 어떻게든 남행을 관철시키려고 애썼다. 내 결심이 굳건하다는 사실을 안 한암 스님은 어쩔 수 없이 남행을 허락하고, 양산 통도사 백련암으로 가서 먼저 자리를 잡고 기다리라고 하셨다.
그러나 한암 스님은 끝내 백련암에 오시지 않았다. 30년 이상을 오대산에 머무르셨으니 움직이지 않겠다고 하신 그분의 결의 또한 대단한 것이었다. 여든 살의 고령이었던 한암 스님은 오대산에서 6.25 동란을 고스란히 겪으셨다.
어느 해인가 동해안을 통해서 울진. 삼척 지방에 공비 120여 명이 침투한 일이 있었다. 당시 나는 월정사의 한 암자에서 <신화엄경합론>을 번역하고 있었는데, 어떤 직감에 의해 공비 침투가 있기 한 달 전에 장서와 번역 원고들을 모두 삼척 영은사로 옮겨 두었다.
"몸은 떠나지만 마음은 여기 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라"
<신화엄경합론> 번역 원고들을 모두 옮기고 난 후 15일 만에 울진과 삼척 지역에 공비 침투 사건이 발생했다.
만약 그때 필생의 노력과 심혈을 기울여 온 <신화엄경합론> 번역 원고들을 다른 장소로 옮겨 놓지 않았더라면 이 번역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당시 강원도 지방의 여러 유지들은 나를 가리켜 다음과 같이 말하곤 했다.
"탄허 스님에게는 보통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어떤 선견지명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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