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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책 리뷰

책 신(베르나르 베르베르) -3

 

알지 못하는 것을 마주할 때의 두려움

인간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대할 때 가장 큰 두려움을 느낀다. 그 미지의 것이 적대적인 존재일지라도 일단 정체가 밝혀지면 인간은 안도감을 느끼게 된다. 반면에 상대의 정체를 알지 못하면, 상상을 통해 두려움을 부풀리는 과정이 촉발된다.

 

 

 

그리하여 각자의 내면에 도사리고 있던 악마, 가장 고약하고 위험한 존재가 나타난다. 미지의 존재와 마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무의식이 지어내는 환상적인 괴물과 대면하는 것이다. 하지만 바로 이런 순간에 인간의 정신이 최고 수준으로 기능하는 뜻밖의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럴 때에 인간은 주의 깊고 명민해지며, 자신의 감각 능력을 온전히 발휘하여 상대를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럼으로써 두려움을 다스리고 미처 몰랐던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미지의 존재는 인간을 자극하기도 하고 매혹하기도 한다. 인간은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그런 것과 대면하기를 바란다. 자신의 뇌가 미지의 것에 적응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아내는지 알아보고 싶은 것이다, 아직 이름이 붙어 있지 않은 미지의 존재는 무엇이든 인류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유발할 수 있다. 

 

 

만약 우주에 우리밖에 없다면?

어느 날 문득 이런 기이한 가정이 머리에 떠올랐다. < 만약 우주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우리밖에 없다면? > 우리 중에서 가장 의심이 많은 사람들조차 막연하게나마 외계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

 

그래서 지구의 지적 생명체인 우리 인류가 실패를 한다 해도 다른 지적 생명체들이 성공할 것이므로 우리 우주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생각은 우리에게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만약 우리밖에 없다면? 정말 우리밖에 없다면? 만약 무한한 우주 공간에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오로지 우리뿐이라면? 만약 우주의 모든 행성이 우리가 태양계에서 관찰할 수 있는 행성들처럼 유독 가스를 내뿜는 마그마나 암석 덩어리로 되어 있고 너무 뜨겁거나 차가워서 생물이 살 수 없다면?

 

만약 지구의 경험은 우연의 일치가 겹치고 또 겹쳐서 일어난 너무나 특이한 현상이었을 뿐 다른 곳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었던 일이라면? 만약 지구에 인류와 같은 지적 생명체가 존재하는 것이 두 번 다시 일어날 수 없는 기적이었다면?

 

이런 가정들에는 다음과 같은 의미가 담겨있다. 만약 우리가 실패한다면, 만약 우리가 우리 행성을 파괴한다면(이제 핵무기나 오염등으로 해서 그럴 위험성이 생겼다) , 그 뒤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게 되리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라지고 나면, 다시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이 <게임 오버>가 되고 말리라는 얘기다. 어쩌면 우리가 마지막 가능성을 쥐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의 과오는 너무나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외계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가정은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것보다 우리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를 얼마나 아찔하게 만드는 생각인가! 또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책임감을 요구하는 가정인가! 

 

<우주에는 아마도 우리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실패하고 나면 더 이상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보다 오래되고 이보다 우리를 불안케하는 메시지가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