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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 세상에 살게된 7가지 이유

 

 

3. 너는 두 개의 눈동자를 가졌구나

그 무렵부터 나는 부모님의 신앙심에 영향을 받아 스스로 깊은 신앙심에 귀의해 있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 저녁 두 차례씩 신사에 참배를 다녔다. 그 신사 참배는 열 살 때부터 시작하여 열세 살까지 3년 동안 계속되었다. 사쿠고원의 지독한 겨울 추위에도 불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불에 대한 나의 신앙심은 어린 소년의 모든 영혼을 불태워 버릴 듯했다. 여기에서 신불이란 절대자 혹은 신과 부처님 등 우리의 영혼을 주관하고 매개하는 존재를 뜻하는 말로 이해하기 바란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이상한 불치병에 걸려 시달리고 있을 때 나는 어머니와 함께 나리타산에 참배를 갔다. 그때 낯선 스님 한 분이 나를 보더니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병 걱정은 말아라. 곧 낫는다. 넌 두 개의 눈동자를 가졌구나. 열심히 공부하면 반드시 너 스스로 영험스러운 힘을 지니게 될 것이다." 스님의 말은 괴로웠던 내 마음에 큰 위로가 되었고, 그 낯선 스님의 예언대로 내 병은 거의 반년 만에 낫게 되었다. 나는 거의 6개월 동안 매일 죽었다가 깨어났으며 죽어 있는 동안에는 '또 하나의 나'를 목격해야 했으나 그 이후로는 그런 현상이 말끔히 사라지고 말았다. 

 

그러던 중에 지난번 낯선 스님과 똑같은 옷차림의 한 스님이 냇물을 건너고 있는 내 곁에 다가와 말을 건네는 것이었다.

" 넌 늘 혼자 신사 참배를 하더구나 " 

신사에서는 아무도 나를 본 사람이 없었는데 그 스님은 나를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면서 오늘 밤 냇가에서 자게 되니까 저녁때까지 알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냇가에는 잡초가 자라 있고, 풀에는 빨간 잠자리가 앉아 있었다. 논에서는 벼가 익어 가고 있었고, 논물이 물꼬를 타고 졸졸 흘러내리는 소리가 마치 내 마음의 음향처럼 청량하게 들려왔다. 스님은 그때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마음은 만물의 근본이다 "

그 이후부터 스님은 우리 집에 직접 찾아와서 늘 내 안부를 묻고 나를 보살피고 가셨다. 우리 집에는 이상하게 그런 스님들이 여기저기서 자주 찾아와서 내게 올바른 마음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가르침을 한 마디씩 해 주고 돌아가곤 했다. 


 

마음이란 무엇인가. 마음이 무엇이기에 많은 스님들이 계속 마음에 관한 말씀을 해 주시는가? 그때 어린 마음에도 나는 이상한 병에 시달릴 때 내가 실제로 목격했던 '내 안의 또 하나의 나'에 관한 의문이 심각하게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신불의 실체에 대한 깊은 사색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산과 들을 마음껏 쏘다녔다. 6학년 1학기 때 담임 선생님이 칠판에 이런 말을 써놓은 기억이 난다. 

'무슨 일이든 하면 되고 안하면 안 된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든 안 되는 것은 하지 않는다. '

 

무슨 일이든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된다. 그러나 하려는 의지가 없으면 되는 일이 없다. 사람들은 된다고 생각하는 일만 하려 들지 안 된다고 생각되는 일은 할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게 무슨 말인가. 그것은 무슨 일이든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이다. 마음이 어떤 일을 이루기도 하고 이루지 못하게도 한다.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가. 

 

 

나는 초등학교 졸업후 목표했던 군사 학교에 입학했다. 처음으로 군에서 집단생활을 경험했다. 군인이 되는 순간 개인은 사라진다. 거기서는 역사의 옳고 그름도 없다. 모든 것을 통째로 인정하고 암기하는 일뿐이다. 마음의 진리는 그런 식으로 깨달을 수 없다. 나는 이미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극미의 세계와 우주 같은 극대의 세계가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지에 관한 깊은 사색에 빠져 들기 시작할 때였다. 다시 말하면 세균과 우주가 어떤 관계를 가졌나 하는 문제이다. 

 

나는 전쟁터에서 덧없이 죽어가는 수많은 친구들을 보면서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그처럼 비인간적인 참혹한 일들이 저질러지고 있는 것에 대해 삶과 인생에 대한 깊은 회의감이 갈수록 커져갔다. 

 

나는 전쟁터에서 몇번의 죽음의 고비를 넘긴 끝에 제대하여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고향은 내게 깊은 위로가 되어 주었다. 나는 두 달 동안 부모님과 함께 지낸 후에 짐을 챙겨 들고 형님이 있는 도쿄로 떠났다. 나는 그곳에서 물리 화학 공부에 심취하기 시작했다. 

 

아주 미세한 세포의 세계와 광활한 우주 같은 극대의 세계가 서로 어떤 관련이 있으며 우리가 사는 인생과 그것들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가. 내 관심은 그쪽을 향해 비약적인 향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나는 차츰 아주 극미의 세계 집단이 극대의 세계를 형성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면서 이 세상의 물질세계가 어떤 구도로 짜여 있는가를 개략적으로 파악하게 되었다. 

 

그렇다. 내가 경험했던 내 몸속에 숨어 있는 또 하나의 나를 찾기 위해서 나는 우리 몸의 세포 구성과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여려 기관의 구조를 연구해야 했다. 영혼이 깃든 인체의 신비를 모르고 어떻게 영혼을 탐색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때 내게는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영감이란 말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나는 그때부터 영감이 강해져 마치 신들린 사람처럼 예언 능력이 생기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무당처럼 누군가가 예언을 불러 주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느끼는 감각에 의해서 나는 다른 사람의 미래 운명을 감지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와 장래의 일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면 놀랍게도 백지 위에 그 친구의 미래 모습이 확실히 떠오르 것이었다. 내가 어렸을 때 만난 스님의 예언대로 나는 영험스러운 힘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세상을 깨닫는 일에 더욱 몰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무엇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모든 물질에는 에너지가 있다. 또 에너지에는 질량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의 몸 역시 물질, 즉 유기질이므로 육체와 의식의 관계도 물질과 에너지의 관계처럼 어떤 관계를 갖고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자 전기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우리 손에 닿으면 감전된다. 그러나 전기 그 자체는 전도체에 의해서만 그 존재가 드러난다. 마치 우리의 영혼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육체를 통해서만 드러나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나는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현상에 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